첼시가 최근 몇 시즌 사이 영입한 선수들의 계약서를 나란히 펼쳐보면 눈에 띄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. 다른 빅클럽이 보통 4~5년 계약을 맺는 자리에, 첼시는 6년, 7년, 심지어 8년짜리 계약을 자주 내민다는 점이다. 우연이라기엔 반복 빈도가 너무 잦아서, 이 패턴 자체가 축구 이적시장을 다루는 매체들 사이에서 하나의 화두가 됐다.
첼시의 장기 계약 선호는 2022년 토드 볼리·클리어레이크 캐피털 컨소시엄이 구단을 인수한 이후 두드러진 경향으로 알려져 있다. 배경에는 프리미어리그의 재정 규정인 PSR(이익 및 지속가능성 규정)과 이적료 회계 처리 방식(상각)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. 다만 이 전략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인지, 그리고 규정 변화 이후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.
오너십 교체가 출발점이었다
첼시는 2022년, 그동안 구단을 소유했던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매각을 발표한 뒤 토드 볼리(Todd Boehly)와 사모펀드 클리어레이크 캐피털(Clearlake Capital)이 이끄는 컨소시엄에 인수됐다. 이 소유권 변화 이후 첼시의 영입 방식이 이전과 뚜렷하게 달라졌다는 점은 여러 매체가 공통적으로 지적해온 부분이다. 영입 규모 자체도 커졌지만, 더 눈에 띄는 변화는 계약 기간이었다.
상각이라는 회계 개념부터 이해해야 한다
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상각(amortization)이라는 회계 용어를 먼저 짚어야 한다. 축구 클럽이 이적료를 지불하면, 그 비용을 계약 첫해에 한 번에 장부에 반영하는 게 아니라 계약 기간에 걸쳐 나눠서 기록한다. 예를 들어 800억 원짜리 이적료로 4년 계약을 맺으면 연간 상각 비용은 200억 원이지만, 같은 이적료로 8년 계약을 맺으면 연간 상각 비용은 100억 원으로 줄어든다.
| 구분 | 이적료 | 계약 기간 | 연간 상각 비용(추정) |
|---|---|---|---|
| 예시 A | 800억 원 | 4년 | 200억 원 |
| 예시 B | 800억 원 | 8년 | 100억 원 |
프리미어리그의 PSR은 클럽이 일정 기간(통상 3시즌 누적 기준) 감내할 수 있는 손실 규모에 상한선을 둔다. 연간 상각 비용이 낮아지면 그해 손익계산서상 손실 폭이 줄어들고, 결과적으로 PSR 상 지출 여력이 커진다는 것이 이 전략을 설명하는 일반적인 논리다. 실제 현금이 언제 나가는지와는 별개로, 회계상 부담을 뒤로 미루는 셈이다.
프리미어리그도 손 놓고 있지 않았다
이런 방식이 확산되자 프리미어리그 차원의 대응도 있었다. 2023년, 리그 소속 클럽들이 이적료 상각 기간을 최대 5년까지만 인정하도록 규정을 손질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. 즉, 선수와 실제로는 7~8년 계약을 맺더라도 PSR 계산에 반영할 수 있는 상각 기간은 5년으로 제한된다는 것이다. 이 조치가 첼시의 계약 관행을 직접 겨냥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클럽마다 온도차 있는 반응을 보였다고 알려져 있으며, 세부 시행 방식이나 소급 적용 여부처럼 구체적인 대목은 시점에 따라 계속 조정돼 온 만큼 최신 공식 규정을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.
장기 계약이 정말 유리하기만 할까
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, 상각 기간 단축 규정이 생긴 이후에도 장기 계약 자체를 맺는 유인은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. 선수 개인의 몸값(재판매 가치)을 계약 기간 내내 높게 유지할 수 있고, 재계약 협상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. 반면 단점도 분명하다. 선수의 기량이 계약 후반부에 하락하더라도 높은 주급을 오래 지급해야 하고, 다른 구단 입장에서는 잔여 계약이 긴 선수의 이적을 덜 매력적으로 볼 수 있어 오히려 매각이 어려워질 수 있다. 즉 회계상 이점과 스포츠적 리스크 사이의 트레이드오프라는 점을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다.
- 회계상 이점: 연간 상각 비용 감소 → PSR 손실 한도 내 지출 여력 확보
- 실질적 리스크: 하락기 선수에게도 장기간 고액 주급 지급 의무 지속
- 이적시장 영향: 잔여 계약 기간이 길수록 향후 이적 협상에서 되레 매각가·매각 속도에 부담이 될 수 있음
지금부터 첼시 소식을 볼 때 체크할 것
첼시의 이적 소식을 접할 때는 이적료 헤드라인 숫자만 보지 말고, 계약 기간과 옵션 조항(연장 옵션, 바이아웃 조항 유무)까지 함께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. 또한 매 시즌 발표되는 PSR 관련 심사 결과나 리그의 규정 개정 소식도 함께 챙기면, 첼시를 포함한 빅클럽들의 영입 전략이 규정 변화에 맞춰 어떻게 달라지는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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